요즘 들어 무릎과 허리가 자주 아픈 환자들이 있습니다. 오래 앉아 있으면 허리가 뻐근하고, 밤에는 팔꿈치나 손목이 시큰거리기도 합니다.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도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변비도 함께 생겼습니다. 배가 꽉 막힌 느낌이 들고, 화장실에 가도 시원하게 보지 못합니다. 통증 때문에 움직이는 게 힘들어지면서 장 운동도 느려진 것 같다고 말하는 환자들이 있습니다. 진료실에서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실제로 통증과 변비를 함께 호소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통증과 변비가 함께 나타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통증이 변비를 만들었다고, 혹은 변비가 통증을 심하게 만들었다고 쉽게 짐작하게 됩니다. 하지만 두 증상의 관계는 원인과 결과만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왜 통증이 변비를 만든다고 말할 수 없을까요
팔다리 관절, 허리 통증이나 신경 염증이 있을 때 변비도 함께 나타나는 패턴은 임상에서 반복해서 확인됩니다. 그런데 어떤 증상이 먼저 시작됐는지 물어보면 일정하지 않습니다. 통증이 먼저인 사람도 있고, 변비가 먼저인 사람도 있습니다. 통증이 없는데도 변비가 오래된 사람도 많고, 통증이 심해도 배변은 큰 불편이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함께 나타난다는 사실이 곧 서로를 만든다는 뜻은 아닙니다. 두 증상 사이에 공통 흐름이 있을 수는 있지만, 인과관계로 단정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합니다.
통증이 장 운동을 억제할 수 있는 경로는 있습니다
통증 같은 강한 자극이 오래 지속되면 몸은 자연스럽게 긴장합니다. 긴장 상태가 이어지면 자율신경 가운데 교감신경이 우세해집니다. 교감신경이 우세한 동안에는 장의 평활근 수축이 억제되고 괄약근 긴장은 올라갑니다. 장 운동이 떨어지고 배변이 어려워질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집니다. 이렇게 보면 통증이 변비를 유발했다고 설명할 수 있는 사례가 분명히 있습니다. 다만 이 경로 하나로 통증과 변비가 함께 나타나는 모든 경우를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왜 모든 통증 환자가 변비는 아닐까요
변비는 장 하나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체내 수분 상태가 어떤지, 혈당이 얼마나 안정적인지, 골반 내 압력이나 구조가 어떤지, 담즙 분비를 비롯한 소화액이 충분한지가 함께 영향을 줍니다.
예를 들어 땀을 많이 흘리면 혈액과 세포 바깥의 수분이 줄고, 몸은 수분을 절약하려고 대장에서 물을 더 당겨 씁니다. 대변은 단단해지고 장 통과 시간은 길어집니다. 혈당이 자주 흔들려도 장 운동이 억제될 수 있고, 배출구만 막힌 것이 아니라 소화액 생성이 부족해 대변량 자체가 줄어든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통증과 무관한 변비 원인이 수없이 많습니다. 통증이 있어도 장 운동이 활발한 사람이 있고, 통증이 없어도 변비가 심한 사람이 있습니다. 통증은 변비를 만들 수 있는 여러 요인 가운데 하나일 뿐, 전부는 아닙니다.
함께 나타난다고 같은 원인은 아닐 수 있습니다
통증과 변비가 서로 원인이라기보다, 같은 배경에서 나왔을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몸의 전반적인 긴장이나 자율신경의 불균형이 통증을 만들고, 동시에 장 운동의 조절도 흔들었을 수 있습니다. 또 통증 때문에 활동량이 줄고, 식사 패턴이 바뀌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서 장 운동이 느려졌을 수도 있습니다. 통증과 변비 사이에는 여러 단계가 있다고 보는 편이 실제 경험에 더 가깝습니다. 다만 두 증상을 잇는 정확한 연결 기전은 아직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정리하자면
통증과 변비가 함께 나타나도, 어느 한쪽을 다른 쪽의 원인이라고 단정하지 않아야 합니다. 통증을 없애면 변비가 해결될 것이라고 보는 것도, 변비를 해결하면 통증이 사라질 것이라고 보는 것도 성급합니다. 실제 진료에서도 두 증상을 분리해서 보는 것이 더 안전합니다. 두 증상을 각각 살펴서 기질적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래야 통증 탓으로 돌리고 있는 동안 놓친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분명해지면 몸을 다루는 방향도 선명해집니다. 소유한의원에서는 몸의 전체적인 상태와 두 증상이 연결된 지점을 충분한 시간을 들여 살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