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럼 때문에 혈압을 재보면 그때는 정상입니다. 그런데 며칠 전에는 높게 나왔고, 또 어떤 날은 낮게 나옵니다. 혈당도 비슷합니다. 식사 후에 올라갔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떨어지기를 반복합니다. 문제는 어지럼이 수치가 높을 때나 낮을 때보다, 그 사이에서 찾아온다는 점입니다. "어지러워서 재 보면 오히려 정상이에요"라는 말을 진료실에서 자주 듣습니다.
어지럼이 반복되면 외출이 두렵습니다. 약속 장소에 가는 중에 갑자기 흔들리면 어쩌나 싶고, 운전이나 대중교통도 부담스럽습니다. 이런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지럼을 단순히 "오늘 수치가 높다, 낮다"의 문제로 보지 않습니다. 하루의 숫자보다 며칠에 걸친 출렁임을 봐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지럼은 '높다'와 '낮다' 사이에 존재합니다
혈압이나 혈당이 오르내리는 변동 과정에서 어지럼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낮은 수치 자체가 문제라면 수치가 떨어져 있는 시간에만 어지러워야 하고, 높은 수치가 문제라면 높게 유지되는 동안에만 어지러워야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수치가 정상 범위인데도 어지러운 날이 있고, 오히려 수치가 많이 높거나 낮았던 날보다 그 전후로 변동이 컸던 날 증상이 뚜렷합니다. 수치를 한 번만 보면 원인을 찾기 어렵고, 하루나 며칠 사이의 흐름을 봐야 패턴이 보입니다.
수치가 정상인데도 어지러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혈압과 혈당은 일정한 흐름을 유지하려는 조절 작용 안에서 움직입니다. 수치가 올라가면 내리려 하고, 내려가면 다시 올리려 합니다. 이때 반응을 조절하는 자율신경계가 빠르게 움직이면서 일시적으로 불안정해질 수 있습니다. 혈압이 오르내리는 동안 혈관의 긴장도 바뀌고, 혈당이 오르내리는 동안 에너지 공급의 흐름도 출렁입니다. 어지럼은 그 과도기 상태에서 나타나는 신호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수치 자체가 아니라, 수치가 오르내리는 과정에서 신경계가 얼마나 크게 반응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고지혈증 수치 하나로는 보이지 않는 것
고지혈증을 혈액 검사에서 콜레스테롤 수치만 높게 나온 상태로 보지 않습니다. 혈중 지질이 높아지면서 혈압·혈당 변동, 신경계 증상, 근골격계 긴장이 함께 나타나는 대사 상태로 이해합니다. 그래서 고지혈증을 진료할 때도 어지럼을 어지럼만 따로 보지 않고, 혈압과 혈당의 변동 폭과 함께 봅니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나온 것은 몸의 대사 불균형이 오래 쌓였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그 뒤에 숨어 있는 혈압·혈당의 출렁임을 살피지 않으면 어지럼의 원인이 수치에 가려 보이지 않습니다.
기록을 보면 증상이 있는 날의 공통점이 보입니다
혈압이나 혈당이 오르내리는 날, 어지럼이 함께 찾아온다면 과도기 반응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수치 기록을 보면 증상이 있던 날의 수치가 유난히 높거나 낮다기보다, 그 전후로 변동이 컸던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시간에 재어도 며칠 사이 숫자가 크게 출렁인다면, 수치 하나만으로 원인을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목과 등이 뻣뻣하면 혈압 변동이 커질 수 있습니다
어지럼이 잦은 분 중에는 뒷목과 등이 자주 뻣뻣한 분들이 있습니다. 목과 등뼈 주변 근육이 과긴장되면 주변 혈관을 누르고, 혈압 변화를 감지하는 목 부위 압력 수용체의 민감도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혈압 상승을 제때 감지하지 못해 혈압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거나, 변동 폭이 커질 수 있습니다. 혈압 변동이 커지는 날은 어지럼도 함께 나타나기 쉽습니다. 그래서 어지럼을 볼 때 뒷목과 등 근육의 긴장이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도 함께 짚어봅니다.
정리하자면
어지럼을 "혈압이 높아서", "혈당이 낮아서"라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낮거나 높은 수치 자체보다, 그 사이의 변동이 신경계 반응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과도기 상태가 어지럼의 배경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수치가 높을 때와 낮을 때를 오가는 흐름을 기록하고, 목과 등이 뻣뻣해지는 신호를 함께 살피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스스로 구분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면 정확히 살펴보는 것이 다음 단계입니다.
소유한의원에서는 어지럼을 수치 하나로 판단하지 않고, 혈압과 혈당의 변동, 목과 등 근육의 긴장, 몸에 남는 체액의 신호까지 충분한 시간을 들여 살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