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를 자주 걸리신다고 하시면 "면역력이 약해서"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그래서 면역 보충제를 찾기도 하고, 운동을 더 열심히 하려고 하고, 영양 관리를 철저히 하려고 노력하십니다. 진료실에서도 이런 말씀을 자주 들었습니다. "이번 겨울도 감기를 세 번이나 걸렸어요", "감기에서 좀처럼 회복이 안 돼요" 하시는 분들의 대부분이 면역력 저하만을 원인으로 생각하고 계십니다.
그런데 비만이 있는 분 중에는 면역력이 약해서가 아니라 전혀 다른 이유로 감기가 자주 드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코와 폐의 기능이 저하되어 산소 공급이 줄어들었거나, 복부의 압력이 호흡을 계속 방해하고 있거나, 호르몬 신호가 뒤틀려 있거나, 간의 기능이 떨어져 있을 수 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감기가 자주 드는 이유가 단순히 면역력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코와 폐의 기능이 저하되면서 감염이 쉬워지는 이유
비만이 있으면 코 부분에 만성적인 변화가 생길 수 있습니다. 코 안에 부종이 생기거나 분비물이 고여 있으면서 호흡 통로가 좁아지는 것입니다. 또한 폐활량도 충분하지 못해집니다. 신체로 들어오는 산소의 양이 줄어드는 것입니다.
코와 폐는 단순히 산소를 받아들이는 역할만 하지 않습니다. 호흡기의 점막은 세균과 바이러스 같은 병원체를 1차적으로 막아내는 방어벽입니다. 이 점막의 섬모라는 미세한 털들이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이물질을 밖으로 배출합니다. 그런데 산소 공급이 충분해야 이 섬모 운동도 제대로 일어납니다. 산소가 부족하면 섬모 운동이 약해지고, 동시에 호흡기 점막의 면역 세포들도 제 기능을 못 합니다. 결과적으로 감기 바이러스가 침투하기 더 쉬워지고, 감염되어도 회복이 더디게 됩니다.
복부의 압력이 호흡을 계속 방해할 때
복부에 내장 지방이 많이 모이면 복강 내 압력이 높아집니다. 이 압력이 위로 전달되면서 흉곽과 폐를 물리적으로 압박합니다. 깊은 숨을 쉬기가 어려워지고,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교환이 불완전하게 됩니다. 신체는 부족한 산소를 보충하려고 더 빨리, 더 자주 숨을 쉬게 하는데, 이렇게 되면 호흡이 더욱 얕아집니다.
얕은 호흡이 계속되면 호흡기 전체가 제대로 청소되지 않습니다. 기도에 분비물과 세포 찌꺼기가 고이기 쉽고, 이것이 바이러스와 세균의 온상이 됩니다. 기침으로도 제대로 배출되지 않은 물질들이 계속 축적되면서 감기에 걸릴 확률이 높아집니다. 게다가 일단 감기에 걸리면 이 물질들 때문에 증상이 더 심하고 오래갑니다.
뇌 중추의 호르몬 신호가 뒤틀릴 때
비만이 있으면 뇌하수체라는 뇌 중추의 기능이 저하될 수 있습니다. 뇌하수체는 갑상선, 부신, 생식샘 등 몸 전체의 호르몬을 조절하는 사령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이곳의 신호가 뒤틀리면 면역 관련 호르몬들도 불규칙하게 분비됩니다.
이런 상태라면 호르몬 쪽을 살펴봐야 합니다
특히 감기가 계절과 상관없이 자주 드는데 피로감이 심하거나, 체온 조절이 잘 안 되거나, 몸이 으슬으슬한 기운이 자주 드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 호르몬 불균형이 감염 저항력을 약하게 만들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으면 체온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고, 감기에 걸렸을 때 고열이 제대로 나지 않거나, 회복된 후에도 쉽게 다시 감염될 수 있습니다.
간 기능이 떨어지면서 일어나는 면역 능력의 저하
내장 지방이 증가하면 간 기능이 함께 떨어집니다. 간은 신체의 대사와 해독을 담당할 뿐만 아니라 면역 체계를 조절하는 중요한 기관입니다. 간에서 분비되는 여러 물질들이 면역 세포의 활동을 돕고 있는데, 간 기능이 저하되면 이 신호들이 약해집니다. 동시에 처리되지 못한 독소와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들이 몸 안에 쌓이면서 전반적인 면역 능력이 함께 떨어지게 됩니다.
정리하자면
감기가 자주 드는 것은 단순히 면역력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비만이 있을 때 코와 폐의 기능이 저하되고, 복부 압력이 호흡을 방해하며, 뇌 중추의 호르몬 신호가 뒤틀리고, 간의 면역 조절 기능도 약해집니다. 이 모든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감기에 취약한 상태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이런 여러 원인들이 실제로 어느 정도 작용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진료에서는 호흡 기능, 호르몬 상태, 간 기능 등을 검사로 살펴보면서 기질적 문제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