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쉬고 있는데,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는 날이 있습니다. 쫓기는 일도 없고 큰일을 앞둔 것도 아닌데, 이유 없이 불안하고 숨이 얕아집니다. 밤에는 잠들기가 어렵고, 겨우 잠들어도 자주 깨서 아침까지 얕은 잠을 잡니다.
주변에서는 생각이 많은 거 아니냐, 마음을 편하게 먹어야지 하는 말을 합니다. 오래 참다 지쳐 진료실을 찾는 분들도 스스로 제가 마음이 약한가 봅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진료실에서 이런 이야기를 듣고 보면, 마음이 먼저 약해져서 생기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몸이 먼저 경보를 울리고, 그 신호가 불안과 두근거림으로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중 하나가 혈당이 급격히 떨어질 때 나타나는 반응입니다.
혈당이 떨어지면 몸은 깨어 있어야 한다고 착각합니다
혈당은 몸을 움직이는 중요한 연료입니다. 이 수치가 갑자기 떨어지면 몸은 위험하다고 받아들입니다. 그때 카테콜아민이라는 물질이 분비되고, 이 물질은 교감신경을 활성화합니다. 심장 박동은 빨라지고 혈압은 올라가며, 근육과 뇌는 깨어 있는 상태가 됩니다. 생존을 위해 긴장을 끌어올리는 것인데, 밖에서는 아무 일도 없으니 그 긴장이 불안으로 느껴집니다. 가슴 두근거림과 불안이 함께 찾아오는 이유입니다.
왜 하필 밤에 잠들기 어렵고 잠이 얕을까요
잠들기 위해서는 교감신경이 가라앉고 부교감신경이 주도권을 잡아야 합니다. 그런데 혈당이 떨어져 카테콜아민이 분비된 상태라면 몸은 계속 경계를 늦추지 않습니다. 낮에는 바쁘게 움직여서 그 긴장을 의식하지 못하지만, 밤에 누우면 몸의 각성 상태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그래서 잠들기 어렵고, 잠들어도 자주 깨며, 잠이 얕습니다. 낮에 특별한 스트레스가 없는데도 밤마다 두근거림과 불면이 반복된다면 밤의 증상이 낮 동안의 혈당 변화와 연결되어 있는지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분이라면 혈당 쪽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식사 간격이 길어지면 두근거림이나 불안이 생기는 분, 아침을 거르고 일을 시작하면 속이 텅 빈 것 같고 가슴이 조이는 분은 혈당 급강하가 증상을 부르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왜 여기저기서 번갈아 나타날까요
혈당이 자주 출렁이면 교감신경이 반복적으로 활성화되면서 자율신경계 전체의 긴장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자율신경계는 혈당뿐 아니라 체온, 심박, 혈압, 소화, 호흡을 서로 연결하는 조절 시스템입니다. 그래서 가슴 두근거림과 불안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고, 어지럽고, 손발이 차고, 속이 더부룩한 증상이 한꺼번에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런 증상들은 따로따로 생긴 병이 아니라 몸의 조절 시스템이 전반적으로 불안정해졌다는 신호입니다. 같은 사람에게서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과 손발이 차가운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정리하자면
가슴 두근거림과 불안, 깊지 못한 잠은 마음이 약해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혈당이 급격히 떨어지면 카테콜아민이 분비되고, 이 물질이 교감신경을 활성화하면서 각성 상태와 불안감이 만들어집니다. 몸이 보내는 경보를 무시한 채 의지로만 다스리려 하면, 증상은 반복되기 쉽습니다.
이런 증상으로 오래 고민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진료에서는 이 증상을 성격 탓으로 돌리지 않습니다. 혈당 조절을 포함해 자율신경계가 왜 흔들렸는지를 체온, 심박, 소화, 혈압의 흐름 속에서 살피고, 몸이 균형을 되찾을 수 있도록 차분히 풀어갑니다. 소유한의원에서는 그 이야기를 충분한 시간을 들여 듣고, 한 분 한 분의 상태에 맞게 접근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