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안내

어지럼증

증상과 몸의 변화에 대해 더 읽어볼 수 있는 글입니다.

어지럼 때문에 불안해지는 것 같지만, 실은 불안이 어지럼을 부르고 있는 상태입니다

"요즘 어지러워서 그런지 자꾸 불안해져요." 진료실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 중 하나입니다. 어지럼이 시작된 뒤로 마음이 가라앉지 않고, 밖에 나갈 때마다 언제 또 핑 돌지 몰라 약속을 미루게 된다고 호소합니다. 한두 시간이면 그칠 줄 알았던 어지럼이 몇 주째 이어지면서 몸이 움츠러들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어지럼이 올까 봐 불안해 하루를 시작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보면 순서가 거꾸로인 경우가 꽤 많습니다. "원래 잠이 얕았어요", "최근에 시름시름 앓는 것처럼 무기력했어요", "가슴이 답답하고 두근거린 지가 한두 달이에요" 같은 말이 먼저 나옵니다. 그러고 나서 어지럼이 시작됐다고 합니다.

진료실에서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겉으로 보면 어지럼 때문에 불안해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불안과 수면 부족, 무기력함이 먼저 자리를 잡은 뒤 그것이 어지럼을 만들어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지럼과 불안은 서로를 키우는 관계라서, 누가 먼저인지에 따라 접근이 달라집니다. 비슷해 보이지만 출발점이 다른 두 상태를 구분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속귀에서 시작된 어지럼은 성격이 다릅니다

속귀 쪽 문제로 생기는 어지럼은 대개 발작처럼 옵니다. 빙글빙글 도는 느낌, 울렁거림, 구토, 귀 먹먹함, 이명이 한꺼번에 따라붙습니다. 한 번 어지러우면 몸을 가누기 어렵고, 그칠 때까지 누워 있어야 합니다. 속귀에서 시작된 어지럼은 발작의 시작과 끝이 분명해서, 어지럽지 않은 시간에는 비교적 평온합니다. 이런 어지럼은 가슴 두근거림이나 특징적인 잠 못 듦을 핵심 증상으로 갖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그 순간에는 놀라고, 재발을 걱정하게 되지만, 평소 기분과 수면까지 흐트러지는 양상으로는 이어지지 않는 편입니다. 증상이 명확한 만큼 보통 어지럼 자체가 중심이 됩니다.

가슴 증상과 잠이 흐트러져 있다면 불안이 먼저일 수 있습니다

불안이 어지럼을 부르는 상태는 모양이 다릅니다. 어지러운 느낌이 빙글 도는 발작이라기보다 머리가 멍하고, 몸이 둥둥 뜨거나 발디딤이 불안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핵심은 가슴에 있습니다. 속에서 가슴 쪽으로 치밀어 오르는 느낌, 두근거림, 숨이 찬 느낌이 함께 옵니다. 잠도 얕아지고 꿈을 많이 꿉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피로가 풀리지 않은 채 머리가 무겁고, 그런 날 어지럼이 더 심합니다. 가슴 증상과 수면 문제가 함께 붙어 있으면 불안이 어지럼을 끌어오는 방향으로 볼 힌트가 됩니다. 이때는 어지럼 자체보다 몸의 긴장 수준을 먼저 살피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숨이 빨라지면 왜 하필 어지러울까요

불안할 때 몸은 알아서 긴장합니다. 심장은 더 빨리 뛰고 호흡도 얕고 빨라집니다. 이때 혈중 이산화탄소가 낮아지는데, 뇌혈관은 이산화탄소 농도에 민감하게 반응해 좁아집니다. 그 결과 뇌줄기와 균형 기관으로 가는 혈류가 줄어들고 어지럼이 나타납니다. 가슴 두근거림과 어지럼이 같은 회로에서 나오는 셈입니다. 가슴이 답답해서 숨을 쉬게 되고,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핑 도는 분들은 이 연결고리를 짚어보셨으면 합니다. 실제로 몸이 도는 것이 아닌데도 뇌가 불안정한 혈류를 감지하면서 멍하고 아득한 느낌으로 경험됩니다.

이런 분이라면 잠이 어지럼보다 먼저 흐트러졌는지 떠올려보세요

어지럼이 시작되기 몇 주 전부터 잠이 얕았거나, 불안한 기분이 길었거나, 이유 없이 무기력했던 기억이 있나요? 어지럼의 첫 기억을 더듬을 때, 그 시점보다 수면과 기분이 먼저 무너져 있었다면 불안이 먼저인 가능성이 좀 더 가깝습니다. 겉모습은 비슷해도 출발점이 다르면 접근도 달라져야 합니다.

잠을 설치면 어지럼이 깊어지는 이유

잠을 못 자면 몸이 회복될 시간을 얻지 못합니다. 과로와 수면 부족이 쌓이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잉 분비되고 혈당이 급등락합니다. 혈당 요동은 균형 기관과 망막의 미세혈관 반응성을 흔들 수 있어서 다음 날 머리가 멍하고 어지러운 상태로 이어집니다. 과로하거나 잠을 못 잔 날 얼굴로 열이 오르면서 어지러운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얕은 잠, 혈당 불안정, 어지럼은 한 고리처럼 이어져 있습니다. 고리가 한 번 만들어지면 어지럼이 다시 불안을 부르고, 불안이 잠을 더 앗아가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고 낮에도 머리가 무거운 것은 이 회로가 하루 종일 돌아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정리하자면

어지럼이 불안을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무기력감, 우울감, 잠 못 이루거나 꿈을 많이 꾸는 상태, 가슴 두근거림이 함께 이어지는 분들은 불안과 수면 문제가 어지럼을 부르는 방향을 우선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둘은 겉모습이 비슷해서 스스로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정확한 순서를 가려내는 일은 혼자서 판단하기에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소유한의원에서는 언제, 어떤 상황에서, 어떤 증상이 같이 나타나는지를 먼저 확인합니다. 체온, 혈압, 혈당 같은 기본 활력에서부터 자율신경 상태와 근긴장, 수면 패턴까지 충분한 시간을 들여 살핍니다. 불안과 어지럼의 방향을 하나씩 풀어가면서 몸이 제자리를 찾아가도록 돕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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