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이런 분들을 자주 뵙습니다. 회의 중에 갑자기 가슴이 철렁하면서 손발이 차가워지고 등에 식은땀이 배어 나온다고 하십니다. 그러다 몇 분 지나면 이상하게 속이 허하고 뭔가를 급하게 먹어야 할 것 같은 허기짐이 몰려온다고 하고요. 분명 점심을 든든히 먹었는데도 그렇다며, 본인도 이 반응이 이해가 안 된다고 답답해하십니다.
건강검진에서는 혈당이나 갑상선 수치가 다 정상으로 나왔는데 몸은 계속 그렇게 반응한다며, 신경성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신경성이라는 게 정확히 뭔지 와닿지 않는다고도 하십니다. 진료실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몸이 왜 하필 식은땀과 허기짐이라는 조합으로 불안을 표현하는지 조금 더 풀어서 설명드리고 싶어집니다.
왜 몸이 이렇게까지 과민하게 반응할까요
사람의 몸은 어떤 자극을 받으면 긴장했다가 시간이 지나면 다시 풀어지는 사이클을 갖고 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수록 몸이 그 자극에 적응해서 반응의 크기가 점점 줄어야 정상입니다. 그런데 특정 자극에 대해서는 이 적응 과정 자체가 잘 일어나지 않고, 오히려 예전보다 약한 자극에도 몸이 과하게 반응해버리는 상태가 생깁니다. 이렇게 되면 몸은 지금 상황을 실제보다 더 큰 위험 신호로 받아들이고, 세포 안팎의 이온 균형이나 전기신호, 에너지를 써가며 움직이는 여러 조절 작용을 계속 바꿔가며 대응하게 됩니다.
식은땀과 허기짐이 동시에 오는 이유
이렇게 몸이 위험 신호로 판단하고 반응하는 과정에서 부신을 중심으로 아드레날린과 노르아드레날린이라는 물질이 함께 공급됩니다. 이 중 아드레날린은 혈당을 오르내리게 만드는 쪽에 더 크게 관여하고, 노르아드레날린은 주로 혈압을 변동시키는 쪽에 관여하는 것으로 설명됩니다. 실제로 큰 위험이 없는 상황인데도 이 반응 회로가 켜지면서 혈당이 짧은 시간 안에 오르내리게 되고, 그 과정에서 손발이 차가워지며 식은땀이 나는 느낌과 함께 갑자기 속이 허해지는 허기짐이 동시에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실제 저혈당이 아니어도 몸이 그런 것처럼 반응해버리는 셈입니다.
이런 분이라면 혈당 쪽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평소 식사 간격이나 양은 큰 변화가 없는데도 불안이 올라올 때마다 손발이 서늘해지고 식은땀과 허기짐이 같이 온다면, 그리고 뭔가를 먹고 나면 일시적으로 진정되는 느낌이 든다면 이 축을 한번 의심해 볼 만합니다.
왜 매번 예고 없이 찾아오는 것처럼 느껴질까요
이 반응 과정에서는 노르아드레날린뿐 아니라 조직 손상을 조절하기 위한 코티솔도 함께 분비됩니다. 문제는 이 회로가 한 번 반응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적응이 잘 안 되는 상태에서는 부신을 축으로 한 반응 회로가 꺼지지 않고 계속 켜져 있는 상태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환자분들 입장에서는 특별한 계기도 없는데 불안과 식은땀, 허기짐이 갑자기 찾아왔다가 또 가라앉는 것처럼 느껴지고, 이 예측 불가능함이 불안을 더 키우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정리하자면
오늘 말씀드린 것처럼 식은땀과 허기짐을 동반한 불안은 마음이 약해서라기보다, 자극에 적응하지 못한 몸이 노르아드레날린을 중심으로 혈당을 계속 흔들며 위험 신호를 반복적으로 만들어내는 상태에 가깝습니다. 검사 수치가 정상으로 나와도 몸이 실제로 겪는 반응은 다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진료에서는 이런 반복 회로가 왜 꺼지지 않고 계속 켜져 있는지, 그 배경을 시간을 들여 살피는 것을 중요하게 봅니다. 비슷한 이유로 예고 없는 식은땀과 허기짐을 겪으며 답답해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혼자 이상한 게 아닐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