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안내

강박·신경과민

증상과 몸의 변화에 대해 더 읽어볼 수 있는 글입니다.

작은 자극에도 예민해지는 몸, 사실은 이런 이유입니다

진료실에서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별로 크지 않은 소리에도 몸이 움찔 놀라고, 옷깃이 스치는 정도의 자극에도 신경이 곤두선다는 것입니다. 처음 한두 번이라면 그럴 수 있는데, 문제는 같은 자극이 반복돼도 좀처럼 무뎌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몇 주, 몇 달을 그렇게 지내다 보면 사람을 만나는 것도, 밖에 나가는 것도 조심스러워집니다.

많은 분들이 이걸 그냥 성격 탓, 혹은 마음이 약해서라고 생각하고 넘어가시는데, 사실 이 부분은 몸이 자극에 반응하는 방식 자체와 관련이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오늘은 왜 유독 이런 예민함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지, 그 이유를 짚어보려 합니다.

왜 유독 이 자극에는 무뎌지지 않을까요

몸은 원래 자극을 받으면 반응했다가 다시 가라앉는 사이클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같은 자극이 반복되면 점점 그 반응이 옅어지면서 적응하는 쪽으로 가는 게 정상적인 흐름입니다. 그런데 어떤 분들은 특정 자극에 대해서만 이 적응 자체가 잘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심지어 평소 같으면 반응할 필요도 없는, 역치 이하의 아주 약한 자극에도 몸이 과민하게 반응해버리는 것입니다. 그러니 옆에서 보기엔 별일 아닌데 본인은 매번 새롭게 놀라는 셈이 됩니다.

몸이 이 상황을 계속된 위험 신호로 읽고 있습니다

이렇게 자극에 적응하지 못하고 매번 반응이 반복되면, 몸 안에서는 삼투압이나 전기신호, 에너지를 써서 물질을 이동시키는 능동수송 같은 과정들이 계속해서 바뀌는 일이 일어납니다. 이 과정에 아드레날린과 노르아드레날린이 관여하는데, 노르아드레날린은 혈압을 오르내리게 만들고 아드레날린은 혈당을 변동시키는 쪽에 관여합니다. 여기에 더해 혹시 모를 조직손상을 조절하기 위해 부신에서 코티솔도 함께 나오게 됩니다. 결국 부신을 축으로 한 반응 회로가 꺼지지 않고 계속 켜져 있는 상태로 볼 수 있습니다. 자극 하나하나에 몸 전체가 매번 비상 대응을 하고 있으니 쉽게 지치고 예민함이 가라앉지 않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손이 닿아도 잘 풀리지 않는 긴장, 우연이 아닙니다

이런 분이라면 접촉 시 반응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진찰 중에 어깨나 등에 손을 대보면, 그 부위가 금방 편해지지 않고 계속 움찔거리며 긴장을 이어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도 앞서 말씀드린 반복형 반응 패턴이 몸에서 그대로 확인되는 소견입니다. 이런 지속적인 긴장 반응은 여성보다 남성에서 좀 더 자주 확인되는 편이고, 자율신경계가 자극에 반응하는 개인차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정 상황에서만 유독 심해지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이상하게 이것만 하면 꼭 이래요"라고 표현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특정 행동이나 상황에서만 조건반사처럼 긴장과 불안이 튀어나오는 경우입니다. 이 역시 자극에 적응하지 못하고 반복적으로 반응해버리는 같은 종류의 패턴이 특정 조건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형태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몸의 반응 방식 자체가 바뀌지 않는 한, 그 상황을 피한다고 해서 근본적으로 해결되지는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작은 자극에도 무뎌지지 않고 계속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의지나 성격의 문제라기보다, 자극에 적응해야 할 몸의 반응 회로가 계속 켜진 채로 남아 있어서 생기는 현상에 가깝습니다. 혈압과 혈당을 변동시키는 신호들이 반복적으로 오가고, 접촉해도 긴장이 쉽게 풀리지 않는 몸의 상태까지 함께 보면 왜 이렇게 예민함이 오래가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실 거라 생각합니다. 원인을 알면 접근하는 방향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진료에서는 이런 반응 패턴이 언제, 어떤 상황에서 두드러지는지를 충분한 시간을 들여 살핍니다.

← 강박·신경과민 진료 안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