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여러 방식으로 신호를 보냅니다. 어떤 사람은 같은 꿈을 반복해서 꾸고, 어떤 사람은 귀에서 소리가 떠나지 않는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아픈 자리가 오늘은 어깨, 내일은 허리로 옮겨 다닌다고 호소합니다. 그리고 이런 신호도 있습니다. 딱히 무슨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몸이 하루 종일 긴장한 채로 풀리지 않는다고 하는 경우입니다.
진료실에서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특별히 놀란 일도, 스트레스 받을 만한 사건도 없었는데 어깨와 목이 늘 뻣뻣하고, 앉아 있어도 몸에 힘이 들어가 있고, 자려고 누워도 몸이 이완되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쉬어도 쉰 것 같지 않다는 말을 덧붙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진찰을 해 보면 이런 분들은 손이 몸에 닿아도 금방 편해지지 않습니다. 보통은 몇 번 스치듯 손이 닿으면 긴장이 풀리기 마련인데, 이런 분들은 손이 닿을 때마다 움찔거리며 계속 긴장하는 반응이 이어집니다. 진찰 소견 하나만으로도 몸이 지금 어떤 상태에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몸은 왜 이유도 없이 긴장을 풀지 않는 걸까요
원래 몸은 자극을 받으면 반응했다가 다시 가라앉는 회로를 가지고 있습니다. 같은 자극이 반복되면 점점 익숙해지고 반응도 잦아드는 것이 정상적인 흐름입니다. 그런데 어떤 경우에는 이 적응 자체가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별로 크지 않은 자극에도 몸이 과민하게 반응하고, 그 반응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몸이 위험 신호로 착각하면서 벌어지는 일
이렇게 과민해진 몸은 지금 상황을 계속된 위험 신호로 받아들입니다. 그러면 몸 안에서는 세포 사이의 물질 균형, 신경의 전기 신호, 에너지를 써서 물질을 이동시키는 작용 같은 것들이 반복적으로 바뀌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아드레날린과 노르아드레날린이 함께 나오는데, 노르아드레날린은 혈압을 들쭉날쭉하게 만들고 아드레날린은 혈당을 오르내리게 만듭니다. 여기에 더해 조직이 받는 부담을 조절하기 위해 부신에서 코티솔까지 함께 분비됩니다. 결국 부신을 중심으로 한 반응 회로가 꺼지지 않고 계속 켜져 있는 상태가 되고, 몸은 실제 위협이 없어도 항상 대비 태세를 유지하게 됩니다. 긴장이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는 느낌은 바로 여기서 비롯됩니다.
손을 대도 금방 편해지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앞서 말한 진찰 소견, 즉 손이 닿아도 긴장이 풀리지 않고 계속 움찔거리는 반응도 이 회로가 계속 돌아가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습니다. 몸이 이미 대비 태세에 들어가 있다 보니 외부 자극이 위협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는 데도 시간이 걸리는 셈입니다.
정리하자면
별다른 유발 요인 없이 몸이 늘 긴장해 있다면, 마음이 예민해서라기보다 부신을 중심으로 한 반응 회로가 계속 켜져 있는 상태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태가 오래 이어지면 스스로도 왜 이렇게 몸에 힘이 들어가는지 알기 어려워 답답함을 느끼게 되는데, 이런 분들이 생각보다 적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 먼저 다른 기질적인 문제는 없는지 살펴본 뒤, 몸이 왜 계속 경계 태세를 풀지 못하고 있는지 그 흐름을 짚어 보는 것이 순서입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알아채는 일은 그 자체로 이미 절반은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소유한의원에서는 이런 지속적인 긴장 상태를 놓치지 않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 살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