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안내

공황장애

증상과 몸의 변화에 대해 더 읽어볼 수 있는 글입니다.

공황발작이 반복될수록 몸이 공포에 조건화되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처음에는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가끔 가슴이 두근거려도 커피 때문이거나 잠이 부족해서겠거니 넘어갑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익숙한 출근길에서 갑자기 심장이 터지게 뛰고 식은땀이 쏟아지면서 죽을 것 같은 공포가 밀려옵니다. 지하철에만 타면 그 순간이 떠오르고, 시간이 지나면서 한적한 길을 걸을 때조차 가슴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같은 상황에서 또 발작이 올 것 같아 외출 자체가 두려워지기도 합니다.

큰 병인지 확인하려고 검사를 받아보면 특별한 원인이 없다는 결과가 나오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도 증상은 사라지지 않고, 반복될수록 발작이 더 쉽게 찾아옵니다. 진료실에서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왜 공황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 걸까요.

공황발작은 교감신경계가 급격하게 활성화되면서 시작됩니다. 교감신경 전달물질 분비가 갑자기 늘어나면 심박수와 호흡이 동시에 올라가고 땀이 나면서, 수 분 안에 강렬한 공포가 몰려옵니다. 이때 뇌에서는 공포를 담당하는 편도체가 과도하게 반응하고, 이를 조절하는 앞쪽 뇌 기능이 제때 받쳐주지 못하는 상태가 함께 나타납니다. 문제는 발작이 끝난 뒤입니다. 발작 당시 일어난 몸의 반응, 즉 심박수 증가, 근육 긴장, 과호흡 같은 신호가 다시 공포 중추를 자극하는 조건화가 생깁니다. 몸이 그 신호를 위험으로 읽기 시작하면 같은 자극에도 습관화되지 않고 매번 새롭게 반응이 발동됩니다. 그래서 발작은 우연히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반복될수록 더 자주 더 쉽게 나타납니다.

몸이 먼저 기억하는 공포.

공황을 겪는 분들의 몸은 대개 이미 긴장되어 있습니다. 목과 어깨가 항상 뻐근하고 뭉쳐 있으며, 조금만 긴장해도 몸이 움츠러듭니다. 몸의 근육이 긴장하면 근육의 길이와 장력을 감지하는 감각 수용체가 과부하됩니다. 그 신호가 뇌간과 공포 중추를 과각성 상태로 만들고, 다시 자율신경계 항진과 공황 증상을 부르는 순환이 이어집니다. 마치 몸이 먼저 공포를 기억하는 셈입니다. 같은 상황에 들어서기도 전에 가슴이 조여 오고 호흡이 얕아지며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런 반응은 의지로 조절하기 어렵기 때문에, 발작을 줄이기 위해서는 긴장된 몸의 신호를 먼저 다루는 방향이 필요합니다.

공복이나 식전에 불안이 커지는 분들이 있습니다.

발작이 아무 때나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말씀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특히 공복이나 식전에 두근거림과 불안이 심해진다면 혈당 변동 폭이 크지는 않은지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혈당이 크게 오르내리면 자율신경계가 불안정해지고, 몸 구석구석으로 가는 혈류가 흔들리면서 두근거림, 얼굴이 화끈거리는 느낌, 손발이 차가워지는 느낌, 귀에서 소리가 나거나 먹먹함이 함께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런 분이라면 일주일간 식전과 식후의 몸 상태를 메모해 보세요.] 식사 후와 간식을 먹은 뒤의 변화를 비교해 보면, 발작이 식사 간격과 맞물려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혈당 문제가 유일한 원인은 아닐지라도, 몸의 불안정 요인을 줄이는 것이 공황의 문턱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언제 터질지 몰라 지쳐 있는 몸.

발작이 반복되는 동안 정서도 함께 지쳐갑니다. 언제 발작이 올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이어지면 초조함이 쌓이고, 그 초조함은 짜증이나 우울감으로 표출될 수 있습니다. 자율신경계 불안정이 해소되지 않으면 정서 증상도 함께 흔들리는 경로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실제로 잠들기 어렵고 꿈이 많은 밤이 반복되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여기에 얕고 빠른 호흡이 오래 지속되면 호흡에 쓰는 에너지가 늘어납니다. 혈액 속 이산화탄소 농도가 정상 이하로 떨어지면서 아무것도 안 했는데 만성적으로 피곤하고 기운이 없는 상태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지친 몸은 위험 신호를 더 많이 만들어 내기 때문에, 피로와 공황은 서로를 키우는 관계가 됩니다.

정리하자면, 몸의 흐름을 먼저 보는 일.

공황발작은 단순히 불안한 마음의 문제라기보다 자율신경계가 과하게 치솟고 그 몸의 반응이 다시 뇌를 자극하는 고리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발작이 반복될수록 그 고리는 단단해지지만, 역으로 그 고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차리는 순간부터는 막연한 두려움을 구체적인 몸의 신호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몸이 먼저 긴장하는지, 공복과 관계가 있는지, 호흡 패턴이 언제 얕아지는지 같은 지점이 보이기 시작하면 발작이 일어난 뒤에 벗어나는 것보다 앞선 단계에서 대응할 여지가 생깁니다. 반복되는 조건화의 흐름을 알아차리는 것 자체가 첫 단계가 될 수 있습니다.

소유한의원에서는 반복되는 공황을 몸의 조건화된 반응으로 보고, 환자분이 겪어온 변화와 현재 몸의 상태를 충분한 시간을 들여 살피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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