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안내

다한증·상열감

증상과 몸의 변화에 대해 더 읽어볼 수 있는 글입니다.

가만히 있어도 나는 땀, 열이 많아서가 아니라 순환이 불안정해서입니다

선풍기 바람을 쐬며 가만히 앉아 있는데 이마에 땀이 맺힙니다. 등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손끝은 오히려 차갑습니다. 주변에서는 몸에 열이 많은 것 같다고 하죠. 진료실에서 다한증 때문에 찾아오신 분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들을 때 열이 많은 상태부터 떠오르지는 않습니다. 가만히 있는데도 땀이 나는 것은 열이 과잉 생산되어서라기보다, 열을 실어 나르는 순환이 불안정해졌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비슷해 보이지만 바라봐야 할 지점은 다릅니다.

가만히 있는데도 땀이 나는 건, 몸이 열을 내보내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몸은 근육에서 만들어진 열을 혈류에 실어 피부로 보낸 뒤, 피부를 통해 바깥으로 식힙니다. 이 과정은 심장이 혈액을 충분히 내보내고, 말초 혈관이 열을 내보낼 수 있는 상태일 때 원활하게 돌아갑니다. 그런데 심박출량이 떨어지면 몸은 중요한 장기를 지키기 위해 손발 같은 말초 혈관을 수축시킵니다. 그러면 피부로 가는 혈류가 줄고, 열을 발산하는 기능도 함께 줄어듭니다. 피부에서 열이 빠져나가지 못하자 체온 조절 중추는 체온이 올라가려는 것을 감지하고, 식히기 위해 땀을 분비합니다. 실제 체열이 많아서가 아니라 열을 내보내는 운반 과정에 부하가 걸린 것입니다.

그런데 왜 하필 땀으로 반응할까요

체온이 올라가면 몸은 먼저 피부 혈관을 넓혀 열을 발산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말초 순환이 부전하면 이 방식이 잘 작동하지 않습니다. 열이 나갈 통로가 좁아진 셈인데, 몸은 그 상황에서도 온도를 낮추기 위해 다른 수단을 찾습니다. 그 수단이 바로 땀입니다. 땀이 증발하면서 피부에서 열을 빼앗아가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런 상태가 이어지면 발한 역치가 낮아진다는 점입니다. 땀을 만들어야 하는 기준점이 낮아져서, 활동하지 않아도, 조금만 긴장해도 땀이 맺힙니다. 혈관 운동과 땀 분비는 자율신경이 함께 조절하는데, 순환이 불안정해지면 이 조절 신호도 함께 흔들리면서 땀 반응이 더 쉽게 나타납니다. 활동량에 비해 땀이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가만히 있는데 땀이 나는 분들은 손발이 차가운 경우가 많습니다

순환 문제를 먼저 짚어 보아야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쉬고 있는데도 땀이 맺히고, 손발이 차갑거나, 활동량과 땀의 양이 비례하지 않는다면 열이 많은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순환 불안정은 몸 전체에 같은 방식으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말초 혈관이 수축되면 손끝과 발끝은 차가워지지만, 뇌 혈류를 유지하기 위해 머리 쪽 혈관은 보상적으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마나 얼굴에서 땀이 나면서 손발은 차가운 상태가 동시에 나타납니다. 몸에 열이 많은 줄 알았는데 막상 몸을 만져보면 손끝이 시리다고 말하는 분들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것은 체열 과잉과는 다른 순환의 보상 반응입니다.

정리하자면, 가만히 있는 땀은 순환이 보내는 신호입니다

가만히 있는데도 땀이 맺히는 상태는 몸이 열을 내보내려고 애쓰고 있는 신호입니다. 실제 열이 많아서라기보다, 열을 피부까지 운반하는 힘이 약해지고 순환이 불안정해지면서 체온 조절에 과부하가 걸린 것입니다. 그래서 땀을 억제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순환이 어떤 지점에서 흔들리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스스로는 열이 많은 건지, 순환이 문제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습니다. 땀이 나는 상황과 손발 온도를 함께 적어보는 것만으로도 몸이 보내는 신호를 좀 더 분명하게 볼 수 있습니다.

소유한의원에서는 다한증을 땀샘의 문제로만 보지 않고, 자율신경과 순환, 호흡, 혈당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충분한 시간을 들여 살핍니다. 가만히 있어도 흐르는 땀이 신경 쓰인다면, 그 땀이 언제 어떻게 나오는지와 함께 손발의 온도와 호흡 상태를 살피는 것에서 시작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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